범정스님 어록

나무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 /법정 스님

문성식 2011. 4. 30. 16:15

     
    
        나무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 나무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. 나무처럼 아무 욕심 없이 묵묵히 서서, 새싹을 틔우고 잎을 펼치고 열매를 맺고 그러다가 때가 오면 훨훨 벗어버리고 빈 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. 새들이 날아와 팔이나 품에 안겨도 그저 무심할 수 있고, 폭풍우가 휘몰아쳐 가지 하나쯤 꺾여도 끄떡없는 요지부동. 곁에서 꽃을 피우는 화목이 있어 나비와 벌들이 찾아오는 것을 볼지라도 시샘할 줄 모르는 의연하고 담담한 나무. 한여름이면 발치에 서늘한 그늘을 드리워 지나가는 나그네들이 쉬어가게 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음덕을 지닌 나무. 나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. 이것저것 복잡한 분별없이 단순하고 담박하고 무심히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. 낙엽귀근(落葉歸根), 잎이 지면 뿌리로 돌아간다. 나무들이 걸쳤던 옷을 훨훨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서 있는 낙목한천(落木寒天) 아래서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그런 계절. 올 한 해가 또 사라져간다. 우리에게 허락된 세월이 손에 쥔 모래알처럼 술술 빠져나간다. 이 한 해를 나는 나무처럼 살지 못했구나 싶은 후회가 뒤따르고 있다. 안이한 일상적인 타성에 젖어 하는 일 없이 귀중한 시간을 낭비해버린 초라한 나를 응시한다. ㅡ 법정 스님 < 텅빈 충만 >에서 ㅡ