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무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
나무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.
나무처럼 아무 욕심 없이 묵묵히 서서,
새싹을 틔우고 잎을 펼치고 열매를 맺고
그러다가 때가 오면 훨훨 벗어버리고
빈 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.
새들이 날아와
팔이나 품에 안겨도 그저 무심할 수 있고,
폭풍우가 휘몰아쳐 가지 하나쯤 꺾여도
끄떡없는 요지부동.
곁에서 꽃을 피우는 화목이 있어
나비와 벌들이 찾아오는 것을 볼지라도
시샘할 줄 모르는 의연하고 담담한 나무.
한여름이면 발치에 서늘한 그늘을 드리워
지나가는 나그네들이 쉬어가게 하면서도
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음덕을 지닌 나무.
나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.
이것저것 복잡한 분별없이 단순하고 담박하고
무심히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.
낙엽귀근(落葉歸根), 잎이 지면 뿌리로 돌아간다.
나무들이 걸쳤던 옷을 훨훨 벗어버리고
알몸으로 서 있는 낙목한천(落木寒天) 아래서
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그런 계절.
올 한 해가 또 사라져간다.
우리에게 허락된 세월이
손에 쥔 모래알처럼 술술 빠져나간다.
이 한 해를 나는
나무처럼 살지 못했구나 싶은 후회가 뒤따르고 있다.
안이한 일상적인 타성에 젖어
하는 일 없이 귀중한 시간을 낭비해버린
초라한 나를 응시한다.
ㅡ 법정 스님 < 텅빈 충만 >에서 ㅡ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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